제 37회 전국 소년체육대회 탁구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우리 고장에서 열린다고 하니 모른체 할 수가 있나. 기대감을 두 손에 꼭 쥐고 경기장을 찾았다. 탁구 경기장은 광주 제일고 체육관이다. 지하철로 금남로 5가역에서 내린 후 5분만 걸으면 미래의 올림픽 스타들의 경기를 코앞에서 볼 수가 있다.

경기장은 대충 이런 모습

6개의 테이블에서 분주하게 탁구 단체전이 진행된다. 여기저기 Nittaku, Butterfly, XIOM 등등 탁구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이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다. 탁구 대회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이라 눈을 어디다 둬야할 지 모를 정도로 볼거리가 많았다. 동시 진행되는 경기 관람하랴 선수들이 쓰는 라켓과 탁구화를 관찰하랴 눈이 사팔이가 될 지경이었다.

관람하는 내내 감탄했다. 고작 중학생이 얼마나 잘 하겠냐고 시큰둥했던 마음이 부끄러울 정도로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났다. 위력의 차이만 있을 뿐, 어른 선수들이 구사하는 루프드라이브나 플릭같은 어려운 기술도 척척 해내는 모습이 부러움마저 느끼게했다. 한 가지 느낀점이 있다면, 나같은 탁구 초보들이 보고 배우기에는 어린 선수들의 경기가 훨씬 도움이 되겠다는 점이다. 유튜브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구경해봤자 얻는것은 눈요기와 좌절감 뿐이다. 이에 비해 어린 선수들의 경기는 스타일이 묻지 않은, 정석 그 자체만 담겨있다. 폼이 한결같고 풋웍도 교과서적이다.

어린이들이라서 그런지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린다. 한 번 수세에 몰리면 연거푸 실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격에 자신감을 잃는 것 같다. 그럴때마다 관중석에서 터져나오는 동료들의 '악지르기'에 가까운 응원에 다시 힘을 얻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중학생이다보니 같은 나이라도 체격의 차이가 많이 난다. 특히 여자부쪽에서 두드러 졌는데 어떨때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선수들 중 내 눈을 사로잡는 두 명이 있었다. 한 선수는 하드웨어(?)가 좋고 정말로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복식과 단식 두 경기를 출전하면서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또 다른 선수는 늘씬한 몸매로 날렵하게 움직이던 선수이다.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팔다리로 드라이브를 쏙쏙 깜찍하게 잘도 넣더라.

드라이브 하는 이쁜이

모두 건강해 보였다. 별다방에서 시간죽이는 미니스커트 입은 아가씨들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였다. 경기가 끝나고 서로 마주보고 인사를 하는 순간에는, 승부욕도 원망도 없이 같은 길을 가게 된 동지끼리의 끈끈한 애정만 넘치는 것 같았다. 집으로 걸어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하루하루가 승부의 연속이라면 인생이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중학생들의 탁구경기가 대충대충 권태롭게 살고 있는 나를 반성하게 했다.

6월 3일에는 수업을 빼먹고 결승전을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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